성균관대학교 웹진

인물포커스 | 성대사람들

SF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스타트랙, 스타워즈 등 많은 작품들이 생각날 것이다. SF는 미래의 과학 기술, 우주 등 상상적 내용을 담은 소설 장르이다. 해박한 과학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과학적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라도 SF를 집필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김혜진 동문(98)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칠전팔기로 도전한 결과 2017년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가작을 수상했다.

Q. 한국과학문학상 가작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처음 당선 소식을 들으시고 기분이 어떠셨나요?

A. 당선소식을 듣던 날도 소설을 쓰다가 머리를 식힐 겸 시장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팸전화인 줄 알고 받지 않았던 전화번호가 또다시 떠서 ‘이거,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식을 듣고 전화를 끊었는데 시장의 불빛이 더 환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표정이 상기됐는지 상인 아주머니가 궁금해하며 저와 눈을 마주치던 순간이 생각나네요.

Q. 원래 극작가를 꿈꾸셨다고 들었는데요. SF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성대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진학했어요. 친구들과 극단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고요. 대학원 전공이 연극학이었고 글은 늘 써왔기 때문에 자연스레 연극평론과 희곡을 쓰고 있었습니다. 연극평론으로는 데뷔를 했는데 희곡 공모전에서는 소식이 없었어요. 제 작품을 직접 연출해서 무대에도 올렸지만 마음 한구석은 어쩐지 허전했습니다. 지쳐갈 즈음 늘 제 글을 읽어주던 친구가 “소설을 써봐”라고 했어요. 마침 머니투데이에서 주최하는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공모소식이 떴고요. 써놓은 희곡은 <돌보는 사람들의 목소리>라고 해서 ‘돌봄’에 대해 고민한 것이었고, 당시 전 인공지능 언어를 개발하는 회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져서 오기가 난 상태였어요. 지원한 회사에서 떨어진 걸 계기로 작품에 로봇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평소 로봇과 인공지능 언어에 대해 가지고 있던 관심이 글 속에서 형태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희곡을 소설로 고쳐 쓰면서 이야기가 살아난다고 느꼈어요.

Q. 당선작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셨나요?

A.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는 가까운 미래, 간병로봇이 대중화된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해요. 간병로봇 TRS가 두 명의 돌봄 대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인데요. 돌봄 대상1은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 돌봄 대상2는 삶에 지쳐버린 중년의 아들이에요. 쓰면서 길을 잃지 않으려고 ‘간병로봇이 사람을 돌보는 고통을 겪고 사람처럼 되어간다’고 한줄 정리를 해 놓았고, 로봇에게 과한 감정이입을 하지 않으려고 로봇의 이름을 TRS ; ‘Trusting a Robot’ Study 라고 지었습니다. 실험하고 연구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며 적정한 거리를 둬야 했거든요. 이 소설의 영감은…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어느 날 하나로 합쳐졌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각각의 아이디어는 늘 제 곁에 있었고요. 생활하면서 겪는 일들, 감정, 떠오르는 생각들이죠.


Q. 당선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것 같은데요. 작가의 길을 선택하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A.글 쓸 ‘시간’을 우선시하다보니까 나머지 것들은 늘 최소한으로 꾸려왔어요. 어려움이야 다른 일, 다른 직업에도 다 있겠지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면… 글쓰기도 연극도 열정적으로 하며 살았지만 대답이나 반응이 없다는 느낌이 들 때, 방향을 잃은 것처럼 느꼈을 때, 또 곁에서 응원해주는 가족과 친구에게 반대로 내가 힘이 되지 못한다고 느낄 때 힘들더라고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면 안개는 걷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쉽지는 않겠지만 담담히 걸어 나가려고 합니다.

Q. 작가님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A. <힐링헤어>라는 제목의 희곡이 있어요. 어느 날 미용실에 갔다가 굳이 돈 많은 티를 내려 애쓰는 손님과 그에 맞춰 계속 비싼 시술을 권하는 원장을 본 적이 있는데요. 우스꽝스러운 그날을 스케치해 둔 것이 <힐링헤어>가 됐어요. 돈 그리고 겉을 꾸미는 데 관심을 쏟지만 내면을 옭아매는 것들에는 둔한 인물들을 ‘미용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살펴보고 싶었죠. 이밖에도 빛을 못 본 작품들에 애착이 가고 또 부족한 점들이 보여서 아쉽기도 해요.

Q.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셨는데, 작가님의 대학생활은 어떠셨나요?

A. 시를 썼고 문학동아리 선배들과 자주 어울렸어요. 주로 연극 영화와 관련된 수업을 찾아듣고 대학원 수업에도 들어갔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대학로에서 연극을 많이 봤어요. 제가 글을 쓰고 연극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여러 교수님들께서 응원해주셨어요. 조지프 콘래드 소설 <암흑의 핵심>과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함께 분석하고 또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공부했던 이선형 교수님의 수업,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를 읽으며 끊임없이 학생이 자기 견해를 밝히게끔 이끌어주신 김인식 교수님의 수업이 떠오릅니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대학생활 동안 함께한 사람들, 시간들에도 감사드립니다.

Q. 작가님의 차기작이 기대되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역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 SF 단편들을 쓰고 있는데요.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수상작품집이 나온 후 쓰는 데 집중을 못했는데 고맙게도 친구가 작품 리뷰를 A4 3장씩이나 써서 보내왔어요. 그 안에 “너무 욕심내지 않고 네가 쓰고 싶고 하고 싶은 말, 조금씩 조금씩…”이라고 적혀있는 거예요. 정말 맞는 말 같아요. 그렇게 하려고요.

Q.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좋은 소식으로 후배님들께 인사를 드리게 돼 기쁩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데 제가 뭐라고 후배님들께 한마디 하겠나 싶어요. 대신 요새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을 들려드려요. “남을 의식할 시간에 내 인생을 살자. 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요새 여러 과학 뉴스를 접하면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아요. 과학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변화 속에 놓인 인물들을 만들다 보면 내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한국 과학소설에도 관심 부탁드려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던 작품들까지 하나하나 애착이 간다는 김혜진 동문을 보면서 자신만의 빛을 찾아 계속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단순히 상을 받은 것에 그치지 않았고, 김혜진 동문은 차기작으로 벌써 여러 편의 단편을 집필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계속 걸어나가고 있다. “내 시선으로 세상을 살자”라는 담담한 위로를 전하는 모습에서 김혜진 동문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느껴졌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단단해진 김혜진 동문이 앞으로 써내려갈 세계를 응원한다.

주희선 기자
한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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