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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상식 | 지식채널 S

글 : 양광모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교수
비뇨기과전문의, 前청년의사신문 편집국장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드디어’ 개봉했다. 35년 전에 만들어진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이다. 원작의 주인공인 해리슨 포드(데커드 役)가 다시 등장하는 것도 화재였지만, 현재 헐리웃의 가장 핫한 배우인 라이언 고슬링이 새로운 블레이드 러너로 주연을 맡았다는 것이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머지않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유전공학으로 인간과 모습은 똑같지만 지능이 더 뛰어난데다가, 더 우월한 육체를 가진 복제인간이 탄생한다. 이를 영화에서는 리플리컨트라고 부르는데, 전쟁이나 위험한 노동 등 험한 일에 투입되면서 불만을 품은 리플리컨트들이 폭동을 일으킨다. 이를 막기 위해 주인공인 블레이드 러너가 복제인간들을 죽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리플리컨트에게는 영혼도 인권도 없다고 여기고 죽음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사살은 ‘은퇴’로 규정된다.

생명공학의 어두운 미래를 다룬 이 영화는 다양한 상상을 자극한다. 비교적 최근에 실린 유전자 가위에 대한 기사를 보자. 2017년 10월 24일자 조선일보에는 ‘韓‧美가 개발한 유전자 가위, 중국만 신났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내용을 요약하면, 한국과 미국이 개발한 유전자 교정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중국에서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이유가 생명윤리법 등의 규제 때문이고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에이즈, 자궁경부암, 백혈병, 전립선암, 방광암, 식도암, 폐암 등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 임상시험은 대부분 중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되면 해당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더 나아가 유전조작으로 더 강한 신체를 얻는 것도 가능해 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기사의 내용에는 대체로 동의 하지만, 하나 꼭 짚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윤리적인 이슈다. 대부분 선진국들은 엄격한 생명윤리 잣대를 가지고 있다. 과거 인류의 역사를 보면 가시적인 성과를 쫓다가 인권을 유린한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731부대나 독일 나치 수용소의 생체실험이 대표적이다.

비단 전쟁에만 비윤리적인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타스키키에서는 매독 임상시험이 매우 부적절하게 진행됐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부가 무상진료를 해준다고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매독의 임상 경과를 보기 위해 단순 철분제나 아스피린을 나눠주고 뇌척수액 및 혈액을 뽑아 관찰해온 것이다. 또 매독에 걸린 사람이 입대를 원할 경우 환자에게 알리지 말고 돌려보내라고 보건당국이 군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행위들은 1930년대부터 1970년까지 약 40년간 진행됐고, 매독을 치료할 수 있는 페니실린이 개발됐음에도 치료제를 제공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겪지 않아도 될 합병증으로 고통을 겪거나 사망했다. 결국 뒤늦게 미국정부는 사태를 인정하고,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실험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런 윤리적이지 않은 임상시험들이 계속되다 보니 1964년에 세계의사회가 <임상실험에 대해서 의사에 대한 권고>라는 제목으로 임상시험에 대한 근본원칙을 선언했다. 이것이 의학윤리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헬싱키 선언이다. 모든 연구자들은 의학연구의 남용을 규제하고 피험자의 불이익을 구제하고 권리를 보호해야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많은 선진국,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생명윤리의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법적 규제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역시 생명윤리법을 통해 환자에게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 임상시험을 금지하고 있다. 앞서 조선일보에서 언급한 ‘유전자 가위’의 경우도 혹시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염려해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생명윤리법이 지나치게 강한 측면도 있다. 환자가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있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경우, 그 외의 기본적인 치료 동의와 기관윤리위원회의 허가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허락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블레이드 러너 속 복제인간들은 인간들과 대립했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유전학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만약 이러한 기술들이 상용화 된다면 암뿐 아니라 선천적인 유전질환들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더 나아가 신체적인 강화를 통해 더 행복한 미래가 펼쳐지지 않을까.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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