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웹진

독자투고

글 : 김규현 (글로벌 경제16)

레이크 나이바샤 국립공원에서 나온 후,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은 아프리카 마사이 부족의 언어로 마사이의 마을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케냐와 탄자니아에 걸쳐있는 이 넓은 대지를 케냐에서는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이라 부르고, 탄자니아에서는 세렝게티 국립공원이라고 한답니다. 6~7월에 맞춰서 간다면 물이 더 풍족한 남쪽으로 이동하는 누 떼들이 장관을 이룬다고 하니, 혹시 케냐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그 무렵에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나이로비에서 레이크 나이바샤로의 직선거리는 별로 되지 않았지만, 낙후된 도로망으로 한나절 넘게 차 안에 갇혀있었던 것처럼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역시도 차 안에서 10시간가량 있어야 했습니다. 중간 중간 내려서 휴식을 취하곤 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하나는 교외 외곽에 숙부가 세운 초라한 교회였습니다. 숙부는 케냐에서 선교사로 일하면서 케냐 곳곳에 자그마한 교회를 여러 개 세우셨다고 했습니다. 저희가 휴식 겸 내린 곳은 바로 그런 교회가 있는 곳입니다.

푸르른 하늘 아래에 드넓고 메마른 대지. 싱그러운 초록빛 나무와 풀이 그리워지는 곳. 그 황량한 대지 위에 흙으로 쌓아 올려 툭 치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허름한 집 몇 채. 밤에 저 멀리서 보면 귀신이라도 나올 듯한 짓다 만 건물. 황토빛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다른 세상이라도 되는 냥 하늘색과 회색으로 색칠되어 남루한 화려함을 뽐내는 교회가 있었습니다. 참으로 이국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숙부가 그 곳에서 선교를 하시면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어 설교를 듣습니다. 아이들은 교회 바로 앞에서 함께 놀며 시간을 보냅니다. 케냐에 왔을 때부터 느낀거지만 이곳에 오면서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에 감사한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더 행복하냐, 케냐에서 더 행복하냐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에 태어나서 좋은 교육과 의료를 받으면서 성장 한 것이 얼마나 복 받았는지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내가 저 케냐 아이들이었다면 어떻게 성장했을까. 반대로 케냐 아이들이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다시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으로 가는데, 목적지에서 90분 정도는 비포장도로도 아닌, 길을 만들어서 달렸다는 말이 정확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곳을 달렸습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부분은 공사를 할 수 없어 도로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때문에 저희는 90분 정도를 모래바람 마시면서 위아래로 찧고 양 옆으로 마구 부딪치며 갔습니다. 무언가 자연 그대로를 체험하는 것 같아 신선하면서도, 온 몸이 차 곳곳에 부딪히는 상황이 웃기기도 했습니다.

호텔에 도착해서 바로 사파리투어에 나섰습니다. 레이크 나이바샤에는 초식동물밖에 없어 공원관리인과 걸어 다니며 구경할 수 있었는데,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은 육식동물과 사나운 초식동물들이 많아 사파리 전용 자동차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사파리투어를 나설 때 모든 사파리 차들이 동시에 간다는 점입니다. 차 안에 무전기가 한 대씩 있어서 모든 사파리 투어 자동차끼리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사파리 투어 중 코끼리나 사자가 차량을 덮치는 돌발상황에 구급신호를 다른 차량에 보내기도 하고, 사자나 표범과 같이 쉽사리 보기 힘든 동물을 어느 차량이 먼저 발견하면 다른 차량에 알려주기도 한답니다.

얼룩말, 버팔로, 누, 기린과 같은 동물들은 눈을 돌리면 보일 만큼 수없이 많았고, 사자나 호랑이 같은 동물은 어렵지만 볼 수 있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사자나 호랑이 곁으로 차량이 움직여도 그들은 저희에게 관심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번쯤은 으르렁 거리면서 차량에 대해 적대심을 보일 만도 한데 지겹다는 듯 잠을 자거나 가만히 있는 것으로 보아 얘네들도 사파리 차량을 어지간히 본 게 아닌가 싶습니다. 드넓은 초원에서 차량이 다닥다닥 붙어있다면 그것은 아마 사자나 호랑이 같은 동물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쉽게 볼 수 있는 기린이나 얼룩말들은 지나가면서 보는 편이지만, 쉽게 볼 수 없는 사자나 호랑이는 그 귀한 얼굴 한 번 보려고 국립공원 내 모든 차량이 무전을 듣고 달려옵니다. 덕분에 그 넓은 국립공원에서 사자가 있는 곳으로 몰려있는 사파리 차량을 보는 기이한 광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케냐의 국립공원을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과 자주 비교하게 됩니다. 저는 어렸을 때 동물원에 가면 철책에 갇혀있는 동물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인간의 욕심에 의해 철책에 갇힌 동물들을 보며, 인간이 자연 위에 군림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국립공원에서 자유롭게 나다니는 동물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아이들에게 동물들을 보여주는 방식이 정말로 잘못되었구나를 느끼게 해줍니다. 저렇게 자유로운 동물들과 동물원에서의 억압받는 동물들을 비교하면 어린이들이 동물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정 상 케냐와 같은 국립공원을 만들기는 힘들지만, 동물원에 대한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어린이들이 동물에게 갖는 관점 역시 좋게 변할 것 같습니다.

해가 질 때면 가로등 하나 없는 이곳은 정말 위험한 시간이 됩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기도 합니다. 석양이 지는 풍경을 뒤로 동물들이 지나가는 그 곳은 어디서나 볼 수 없는 황홀한 풍경이 만들어집니다. 기린과 함께 찍은 이 풍경사진은 케냐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한 채 호텔로 향했습니다.

호텔 앞에는 마사이 부족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사이 부족이 자기 마을을 구경하는 프로그램을 홍보할 겸, 호텔로 자기 부족의 전통 춤을 보여주러 오기도 합니다. 사진에서처럼 빨간 옷을 입고 온 마사이마라 부족원들의 전통 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으나, 춤추는 동안 내내 뛰는 것을 보여줍니다. 추측하건대, 얼마나 높이 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나라 전통 부족의 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아침이 밝고,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을 뒤로 한 채, 나이로비로 향했습니다. 다음에는 암보셀리 국립공원과 뒷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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